[시사paradigm] 군중의 일반적 특성
군중 : 어떤 개인들의 집합
아무 목적 없이 우연히 광장에 모인 수많은 개인은 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 결코 군중을 구성하지 못한다. 그들이 군중의 특성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어떤 자극제의 영향을 받아야 하며, 우리는 그 자극제가 어떤 성격을 갖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.
의식을 가진 개성이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어떤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조직된 군중의 제 1차 특성이지만, 그렇다고 해서 항상 여러 개인이 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.
심리적 군중이 보여주는 가장 괄목할 만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. 즉 심리적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누구든지 간에,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라든가 직업, 성격, 혹은 지능이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.
고립된 개인이 갖지 못하는 오직 군중만이 획득할 수 있는 이 고유한 특성들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.
첫째 원인은 군중을 이룬 개인이 단지 군중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 자기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, 이 무적의 힘은 개인이 혼자 있을 때는 억누를 수밖에 없는 본능을 추구하도록 해준다. 개인은 군중이 익명이 되고 그 결과 무책임해져 항상 개인을 제지하는 책임감이 조금씩 사라져버리면 버릴수록 본능을 점점 덜 억제하게 될 것이다.
둘째 원인인 감염은 군중에게 고유한 특성이 나타나는 동시에 방향을 잡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 개입한다. 감염은 확인하기는 쉬우나 설명되지는 않는 현상으로서, 이 감염 현상은 우리가 잠시 후에 연구하게 될 최면 현상과 결부되어야 할 것이다. 일체의 감정과 행위는 군중 사이에서 쉽게 전파되는데, 개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아주 쉽게 희생할 정도다. 그것은 개인의 본성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능력으로서, 이 능력은 개인이 군중의 일부를 이루지 않을 때는 거의 발휘될 수가 없다.
세 번째 원인은 군중을 이룬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성[고립된 개인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]을 결정짓는다. 나는 피암시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데, 이것은 내가 앞에서 언급한 감염의 효과에 불과하다.
의식하는 개성의 소멸, 의식하지 못하는 개성의 우위, 암시와 감염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한 방향으로 인도, 암시된 생각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, 바로 이런 것들이 군중을 형성하는 개인의 주요한 특징이다. 그런 개인은 더는 그 자신이 아니다.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인형이 되어버린 것이다.
지금까지 살펴본 결과, 군중은 고립된 개인보다 지적으로 항상 열등하지만, 감정과 이 감정이 촉발하는 행동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에 따라 개인보다 더 우수할 수도 있고 열등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. 이 모든 것은 군중이 어떤 식으로 암시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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